장내 면역 시스템에 유해한 자극 피하기

글루텐이 일으키는 장내 면역반응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었지만, 타고난 소화능력이 좋아서 글리아딘을 잘 분해할 수 있고, 장내 면역 시스템에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별 불편함 없이 밀가루 음식을 즐겨먹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밀가루 음식의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밀가루로 만든 대부분의 음식은 혈당지수(GI index)가 높아서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고 인슐린의 분비를 지나치게 자극한다. 


가끔씩 먹는 것은 괜찮겠지만 밀가루 음식 위주의 식습관을 지속한다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세포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으며 세포들은 인슐린저항성이 생기게 된다. 


그 결과 비만을 비롯한 대사증후군, 치매, 당뇨 등의 성인병의 위험도가 증가된다. 당지수 측면에서 보자면 밀가루 음식과 마찬가지로 백설기, 떡국과 같은 흰쌀가루 음식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글루텐 성분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는 자가 면역 질환 환자들처럼 밀가루를 아예 끊을 필요까지는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식사를 밀가루 음식 위주로 하고 생채소, 과일 등의 영양가 있는 식품을 골고루 잘 챙겨먹지 않는 경우에는 건강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진료실에서 종종 면역 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밀가루 음식을 끊으라고 하면 사람들은 “그러면 뭘 먹고 사나요?”라고 묻는다. 우리의 식문화가 그만큼 서구화되어 있고 그 환자가 밀가루 위주의 음식 문화에 이미 길들여져 있다는 반증이다.


그런데 밀가루에 민감한 사람들이 밀 대신 선택할 수 있는 곡식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인류가 밀을 먹기 시작한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인간은 밀 없이도 충분히 살 수 있다. 쌀을 비롯하여, 메밀, 귀리 등 밀보다 영양가 높고 면역력에 도움을 주는 곡식의 종류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가루 음식이 다른 모든 곡류보다 압도적으로 인기가 많은 이유는 글루텐이 음식에 탄력을 주고 쫄깃한 식감을 위해 꼭 필요한 성분이기 때문이다. 빵, 파스타, 칼국수, 수제비, 튀김 등 대부분의 외식 메뉴는 밀가루로 만들어져 있다. 

게다가 콩고기, 마요네즈, 아이스크림 등의 가공식품에는 종종 글루텐이 식품첨가물로 포함되기도 한다. 밀가루를 끊었다고 글루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사람마다 글루텐 항원에 반응하는 유전적, 환경적인 소인이 다르기 때문에 밀가루를 섭취했다고 모든 사람의 몸에서 동일한 질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글루텐이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설사, 변비, 복통, 속쓰림 중 한 가지라도 불편함이 있거나, 원인불명의 두통, 근육통, 습진성 피부질환, 피부 가려움증, 만성피로 중 하나 이상의 증상이 있다면 나의 장도 글루텐에 민감성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밀가루 음식과 글루텐을 멀리해보면서 이러한 증상들이 나아지는지 내 몸을 스스로 관찰해보자. 글루텐 민감성을 나타내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꽤 흔하다. 


그러나 초기에는 그 증상이 사소하게 여겨질 수 있다. 그런 이유로 글루텐 불내증이 있는데도 무시하고 밀가루 음식을 계속 먹는다면, 나의 장 면역 시스템에 끊임없이 불필요하고 유해한 자극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를 간과하는 경우 또 다른 자가 면역 질환의 원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이다.

글: 정가영(히포크라타면역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