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시스템에 유해한 영향을 주는 글루텐

밀가루의 글루텐은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에 유해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내 개인적인 경험이나 사견이 아닌, 국제기능의학회 및 통합의학을 연구하는 대다수의 의사,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이미 수도 없이 회자되고 밝혀진 내용이다.


밀가루 음식을 피해야 하는 이유 중 중요한 이슈가 바로 글루텐이다. 밀 속에 들어 있는 단백질 성분인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은 서로 결합하여 글루텐이 되는데, 밀가루 음식의 쫄깃함, 탱탱한 탄력은 바로 글루텐 덕분이다. 


그래서 글루텐은 쫄깃한 식감을 내기 위한 식품첨가물로도 널리 사용된다. 글루텐이 유발하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셀리악병(celiac disease)’이다. 


셀리악병은 글루텐의 성분 중 글리아딘이 소장 융모에 염증을 일으켜 결국 소장 융모 조직이 위축되는 질환이다. 이 과정에서 소장 융모를 공격하는 것이 바로 우리 몸의 면역세포이다. 즉 셀리악병은 유명한 자가 면역 질환이다.


소장 내벽을 둘러싸고 있는 미세 융모는 우리 몸에서 여러 가지 영양소를 흡수하기 위해 표면적을 극대화시켜놓은 조직이다. 그런데 셀리악병 환자들은 서서히 소장의 미세융모가 손상되기 때문에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할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어린이의 성장장애, 철결핍성 빈혈,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등의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물론 모든 사람이 밀가루 음식을 먹는다고 셀리악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특정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에게서 발생한다.  2018년에 전 세계의 셀리악병 유병률을 메타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인들의 셀리악병 평균 유병률은 1.4%이다.


이는 셀리악병의 심각성을 생각할 때 무시해도 될 만한 하찮은 수치가 아니다. 셀리악병을 진단받지 못하고 계속 밀가루 음식을 먹는다면 일부 유형의 암 발생률이 증가한다. 아픈 사람을 제대로 진단해야 하는 책임을 가진 의사의 입장에서는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질병이다.


문제는 이처럼 다양한 증상, 질병의 원인으로 글루텐에 대한 자가 면역 반응, 즉 셀리악병을 의심하고 검사를 통한 진단까지 갈 확률이 높지 않다는 데에 있다.


셀리악병의 진단 조건은 첫째, 혈액검사상 글리아딘에 대한 항체가 검출되어야 하고, 둘째, 소장 융모 조직 손상의 증거인 ‘조직 트랜스글루타미나아제 항체가 양성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셀리악병의 유전적 소인을 가진 환자가 이렇게 혈액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타나 진단할 수 있을 만큼 글리아딘에 대한 항체 생성량이 늘어나고, 소장 융모의 손상, 위축이 진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소장에서는 면역세포들이 이미 글리아딘에 반응하여 융모를 공격하기 시작했을지라도 셀리악병의 초기에는 검사로 진단해 내기가 어렵다. 검사상 음성이 나왔다고 해도 셀리악병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셀리악병은 진행이 느려서 별 증상이 없이 수년간 지내다가 병이 한참 진행된 후에야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셀리악병의 증상은 매우 비특이적이다. 


여드름, 습진과 같은 피부질환이나 변비, 체중 증가, 피로감, 속쓰림과 같이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경험할만한 흔하디흔한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우리나라 의사들 중에 환자들이 이러한 증상으로 왔을 때 셀리악병의 가능성을 인지하는 비율은 매우 적다.


만약 의사가 셀리악병을 떠올렸다고 하더라도 이를 진단하기 위한 글리아딘 항체 검사까지 시행할 수 있는 확률은 또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셀리악병이 있다고 해도 글루텐이 ‘범인’으로 지목되고 밝혀지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아무리 영양소를 잘 챙겨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건강 관리를 잘하는 데도 불구하고, 변비가 있고 살이 잘 안 빠지거나 이유 없이 피곤하고 습진성 피부질환이 낫지 않는다면 혹은 아이가 잘 먹는데도 성장이 늦다면 셀리악병을 한번쯤은 의심해보아야 한다.


일단 밀가루를 비롯하여 글루텐이 들어간 가공식품을 한 달 이상 끊어보고, 정확한 진단을 받고 싶다면 기능의학 병원에서 검사를 통해 글루텐에 대한 항체 생성 여부를 체크해볼 수 있다.

글: 정가영(히포크라타면역클리닉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