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진짜 이유


마음이 편안해야 소화가 잘 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반대로 식사 중에 누군가 맘이 불편한 소리를 하면 식욕도 떨어지고, 먹다가 체하기 쉽다.


이것은 마음이 편안할 때 활성화되는 부교감신경, 그중에도 미주신경이 장의 소화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은 단순히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기관 이상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앞서 자세히 살펴보았듯이 장은 우리 몸 최대 규모의 면역 기관이다. 따라서 스트레스가 감소하거나 스트레스가 있다고 해도 과민반응하지 않고 적절히 대응한다면 면역 시스템도 안정을 찾는다.


마음이 편안한 상태가 되면 자율신경계에서는 교감신경의 활성도는 떨어지고 부교감신경이 우위에 있게 된다. 이때 부교감신경을 대표하는 미주신경이 마음의 평안함을 장으로 전달하게 된다.


미주신경은 장내 상피세포의 치밀이음부를 견고히 한다. 이는 적을 마주하고 있는 면역 시스템 최전방의 장벽이 견고해져 방어능력이 강해짐을 의미한다. 또 미주신경은 장내 국소 염증을 억제하여 장을 편안하게 해준다. 즉, 평화 유지를 도모하는 유산균, 면역세포들의 기능에 함께 힘을 실어주는 셈이다.

장과 뇌의 커넥션

의사들은 진료실에서 대상포진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환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원래 환자분 몸에 숨어 있던 것인데, 스트레스를 받아서 면역력이 약해지니 병을 일으킨 것입니다.”


이를 의학용어로는 ‘기회감염’이라고 한다. 평소에는 면역 시스템의 통제에 눌려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던 약한 바이러스들이 기회를 틈타 말썽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 기회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흔히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 시스템의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말한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왜 면역 시스템이 약해질까? 거기엔 숨은 스토리가 있다. 바로 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스트레스는 장에 직격타를 입히기 때문에 장에 본거지를 둔 면역 시스템도 손상을 입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면역 시스템을 구성하는 삼총사(면역세포, 장내 미생물, 장내 상피세포) 등 세 요소 각각에 직접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첫째, 스트레스는 면역세포의 사멸을 유도한다. 즉, 면역 시스템이라는 군대를 구성하는 군인의 숫자를 감소시키는 것이다. 그 결과 면역 체계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둘째, 스트레스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병원균이 우세한 상황으로 만든다. 그 결과 병원균은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분비한다. 즉 적군들이 ‘이제 내 세상이다!’ 하고 무기를 마구 쏘아대면서 국토를 황폐화시킨다.


그런 상황에서는 어처구니없지만 아군인 면역세포들도 적군과 함께 내 몸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권력을 잡은 세력에 편승하는 것이다. 


이 때 T림프구의 종류 하나인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는 평소에 염증을 억제하는 쪽으로 작용하는 평화유지군이지만, 적군이 권력을 잡은 상황에서는 이 조절 T세포들조차 염증을 일으키는 종류의 T림프구(T17 cell)로 변신하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아군도 반역을 일으키게 만드는 것이다. 그 결과 여러 가지 질병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셋째, 스트레스는 장 점막에 구멍이 뚫리게 한다.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면 세포에서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proinflammatory cytokine)의 분비가 증가된다. 이 사이토카인들은 장내 점막을 공격하여 손상시키는 염증을 유발한다. 그 결과 면역 시스템의 1차 방어벽인 장벽에 구멍이 뚫리게 된다.


장투과도가 증가될수록 우리 몸은 해로운 염증성 물질에 대해 무방비 상태가된다. 그 결과 염증성 질환들에 그대로 노출이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글: 정가영(히포크라타면역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