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건강이 면역력을 좌우한다

장은 원통형으로 속이 비어 있는 공간을 갖는 구조이다. 상피세포는 이 공간에 ‘미세융모’라고 하는 돌기를 안쪽으로 내밀어 장으로 들어온 영양소와 수분을 흡수한다. 사람은 장으로부터 미생물과 영양분으로 이루어진 환경을 제공받는다.


장이란 면역 시스템을 구성하는 면역세포들과 또 그들을 관리하며 미생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그래서 면역학, 미생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장내 환경’ 또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유산균이 건강에 중요하다는 사실은 기업체 광고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장 건강이 면역력을 위해 중요하다고 얘기하면 유산균을 먹기만 하면 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편 유산균은 꾸준히 챙겨 먹는데 별 효과를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대체 왜 그럴까? 그들은 자신의 장 속에 달랑 유산균만 데리고 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산균을 먹는다는 것은 장 속에 유산균을 데리고 와서 키우겠다는 것이다. 장내 상피세포가 건강하지 못하면 이로운 작용을 하는 유산균이 생착(生着)하여 살아가지 못한다. 


따라서 유산균을 먹기 전에 장의 상태부터 점검하고, 보수할 부분이 있다면 장부터 정상화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게 장을 고치고, 유산균을 잘 키워 장내 세균총의 밸런스가 유지되면 장은 더 튼튼해진다.


유산균과 장내 상피세포는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이다. 유산균은 식이섬유를 분해하여 짧은사슬지방산(단쇄지방산)을생성한다. 이 짧은사슬지방산은 장세포가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해준다. 


정리하자면, 장이 건강해야 유산균이 잘 살아갈 수 있으며 유산균이 생착한 장은 더 건강해진다. 그 결과 면역 시스템이 안정화 된다.


장내 상피세포는 신체의 안과 밖을 경계 짓는다는 점에서 피부와 비슷하다. 그러나 우리가 입으로 먹는 모든 음식과 접촉하는 장은 피부보다 훨씬 많은 외부물질을 만난다. 그래서 여기에 면역세포들이 많이 주둔해 있다.


장에서는 소화 효소가 분비되어 들어온 음식물을 분해한다. 큰 덩어리였던 단백질, 녹말들은 세포 속으로 흡수될 수 있을 만큼 작은 입자로 분해된다. 이 물질들은 장의 미세 융모세포를 통해 흡수되어 간을 거친 뒤 혈류를 타고 우리 몸 구석구석 모든 세포들에게 영양 공급원으로 전달된다.


이렇게 잘게 소화된 영양소 입자만이 장세포를 통과하여 혈류로 들어갈 수 있다. 그 외 덜 소화된 음식물이나 병원균은 통과시키면 안된다. 그래서 장의 내벽은 수많은 장내 상피세포들이 어깨를 맞대고 단단하게 결합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이 장내 상피세포들은 치밀이음부(Tight junction)로 연결이 되어 있다. 


튼튼한 장의 경우, 장내로 들어온 병원균과 그들이 내뿜는 독소가 장의 치밀이음부를 뚫지 못한다. 그런데 치밀이음부가 느슨해지면 상피세포의 간격이 벌어지게 된다. 이를 전문 용어로 ‘장투과도의 증가’라고 표현하며, 이것이 바로 ‘장누수증후군’의 시작이다. 

치밀이음부와 장 누수


쉽게 말해 장에 구멍이 뚫리는 것이다. 그러면 덜 소화된 큰 덩어리의 단백질들이 이 구멍을 통해 바로 혈류로 진입하게 된다.


장에 뚫린 구멍을 보수하지 않고 그냥 놔두면, 점점 구멍이 커지고 많아지면서 그동안 먹은 음식의 성분들이 혈류로 들어가 면역 시스템을 자극하게 된다. 그 결과 그 음식에 대해 항체가 만들어지고 지연성 음식 알레르기가 생기게 된다.


장에 구멍이 뚫린 상태에서는 병원균이 내뿜는 독소 또한 바로 혈관 속으로 진입해 혈류를 타게 된다. 이 독소는 우리 몸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심지어 뇌 속의 혈류까지 도달하여 염증을 일으키고 그 결과 우울증, 집중력 장애, 알츠하이머 치매까지 유발한다.


그렇다면 치밀이음부를 느슨하게 만드는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수면 부족, 스트레스, 설탕, 밀가루 음식과 같은 염증성 음식, 환경 호르몬, 스테로이드, 항암제 등에 의해 장이 약해질 수 있다.

글: 정가영(히포크라타면역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