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시스템과 장내미생물 생태계


면역 시스템이 적군과 아군, 민간인을 구분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장내 미생물이다. 건강한 면역력을 위해서는 장내 미생물의 교육 능력이 필요한데, 장내 환경이 안 좋으면 이 교육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 


장내 환경은 내가 먹은 음식, 그리고 스트레스, 환경오염에 영향을 받는다. 건강한 장내 환경에서 균형 잡힌 장내 미생물들은 면역세포에게 ‘평화유지’를 주목적으로 하는 교육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면역세포들을 지속적으로 통제, 관리 감독한다. 


한 사람의 몸에 살고 있는 장내 미생물의 숫자는 100조가 넘는다. 이 중에는 좋은 균, 나쁜 균, 이도저도 아닌 중간 균이 함께 살고 있다. 좋은 균만 100%로 구성되어 있다고 건강한 것이 아니다. 


우리 몸에 이로운 작용을 하는 좋은 균이 우세한 상태로 여러 가지 균종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서로 평형을 이루면서 공존하고 있는 미생물 집단을 바로 미생물균총(microbiome)이라고 하며, 미생물 생태계(microbiome ecology)라고도 표현한다. 


그런데 병원균, 즉 나쁜 균이 우세한 환경이 된다면 앞서 설명 한 면역 시스템에 대한 교육 및 관리감독이 약화된다. 오히려 병원 균이 면역 시스템을 자극하기도 한다. 


그 결과 면역세포들이 경거 망동하기 시작한다. 별거 아닌 자극(음식이나 스트레스)에도 염증물질 을 분비한다. 무기를 소지한 군인들이 지나치게 예민해져서 민가에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쏘는 것이다. 그 결과 과민 대장 증후군, 궤양성 대장염, 또는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 장 질환이 발생한다. 


이때 좋은 균을 투입시키면 마구 날뛰던 군인들에게 엄중한 명령이 내려진다. 그동안 잘못된 행동을 멈출 것을 지시받은 면역 시스템은 다시 질서가 잡히면서 증상들이 호전되기 시작한다. 


이처럼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불균형은 직접 면역 시스템에 중대한 문제를 일으킨다. 이는 면역력의 약화와 함께 우리 몸의 건강 전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대표적인 자가 면역 질환이다. ‘자가 면역’이란 사실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면역세포라고 하는 군인들이 적이 아닌 선량한 민간인 (신체 일부분)을 공격하는 질환이다.


관절을 공격하는 항체가 어디서부터 생겼는지를 찾아가다 보면 그 해답은 장에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증상인 관절의 부종과 통증은 장에서 출발한 면역반응이 일련의 과정을 거친 최종 결과일 뿐이다. 


원인이 되는 병태 생리는 면역 시스템의 본거지인 ‘장’에서 기인한다. 자가 면역 질환이나 암과 같이 현대 주류 의학에서 해결이 어려운 질병들은 대부분 ‘면역 시스템’에 그 원인이 있다. 


따라서 기능의학은 장 치료를 무척 중요시한다. 장내 상피세포 환경과 장내 미생물을 건강하게 회복시킴으로써 면역 시스템의 기반을 잘 닦아 놓아야 그다음 치료로 넘어갈 수 있다. 


장 치료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이미 다른 증상이 다 좋아진 경우도 많다. 우리 몸은 사실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똑똑하다. 공부할 환경만 잘 제공하면 장학금을 타오는 자식처럼, 활동할 기반만 잘 닦아주면 알아서 치유 시스템이 작동되기 때문이다. 


마치 농사지을 때 잡초를 뽑아주듯 면역 시스템을 방해하는 요인만 잘 제거해주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 우리 몸은 차근차근 회복되어 최적의 면역력이라는 탐스러운 열매를 맺기 시작할 것이다.

잡초 뽑기, 즉 유해요소 제거가 바로 기능의학의 치료의 출발점이며 당신이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할 첫 번째 일이다.

글: 정가영(히포크라타면역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