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반응 조절과 면역 시스템의 토대


훈련을 마친 우리의 정예부대 면역세포들은 각자 무기 또는 전투력을 지니고있다. 즉 우리 몸을 위협하는 대부분의 적들을 무찌르고 건강을 수호할 수 있는 잠재능력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자기가 갖고있는 모든 전투력의 최대치를 매번 사용하지는 않는다. 아니, 그래서는 안된다.


만약 적군이 침입했다고 해서 앞뒤 따지지 않고, 막무가내로 있는 힘껏 수류탄, 총알, 대포를 마구 쏘아댄다고 생각해보자. 그 전쟁이 끝나고 나면 적군은 금방 물리쳤을지 몰라도, 국토가 황폐해지고 민가가 훼손되는 등 자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아무리 전투력이 쎈 군대라 할지라도 적절한 선에서, 적을 물리칠 수 있는 최소한의 전력을 가지고 깔끔하고 신속하게 전쟁을 끝내는 것이 미덕이다.


적의 신호가 감지되면 이들이 얼만큼의 병력인지, 얼마나 치명적인지 등등 적군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게 전략을 짜고, 대응 강도의 수위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면역시스템에는 딱 필요한 만큼만 전쟁을 하고 마무리하도록 면역반응을 조절해주는 조절T세포(regulatory T cell)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성 피부염 등 면역질환에 걸릴까? 이 조절T세포가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가공식품, 흡연, 음주, 수면부족 등 잘못된 생활습관은 면역시스템을 지치게 만들어서 적군을 감지하고, 전략을 짜는데 혼란을 준다. 그 결과 부적절하게 과잉 전쟁을 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전력을 낭비해서 꼭 필요한 전쟁을 해야할 때는 제대로 싸우지 못하게 만든다.


건선, 백반증, 쇼그렌증후군 등 자가면역질환은 결코 ‘면역력이 강해서’ 생기는 병이 아니다, 적군과 아군, 민간인을 구분하지 못하고 멍청하게 엉뚱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자가면역질환이다. 똑똑하지 못한 군대조직이 벌이는 일이다.


건강한 면역력, 즉 내 몸을 지키는 정예부대는 반드시 질서정연하게 통제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한다. 이는 장내 환경 및 장내 미생물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


면역시스템의 토대, 장내미생물이 만든다.


우리는 ‘균’ 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부터 떠올린다. 우선 더럽다는 이미지, 그리고 나에게 병을 일으킨다는 ‘병균’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서 마트에 가면 소독제, 살균제, 살충제 등 세균을 없앨 수 있는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완전 무결, 균이라고는 단 한마리도 없는 환경에서 태어나서 살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이것을 실제로 구현한 쥐실험 연구가 있다. 완벽한 무균상태에서 태어나 자라는 ‘무균쥐’를 관찰하면서 여러 세균,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평범한 환경에서 태어난 쥐들과 비교 실험을 한 것이다. 


그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무균쥐의 몸에는 면역기관들이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장 큰 면역기관인 장내림프조직(GALT, Gut-associated lymphoid tissue)의 발달에 중대한 결함이 생겼고, 장에서 소화흡수를 담당하는 미세융모도 기형이 되었다. 그 뿐 아니라 항체를 만들어내는 임파선도 제대로 발달되지 못했다. 군인 역할을 맡은 면역세포들의 전투력도 상당히 저하되어 있었다.


이 실험을 통해 얻은 통찰은 무균상태에서는 면역시스템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이 그렇게 죽이고 싶어 안달이난 세균, 바이러스가 완전 박멸되지 못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만약 아주 강력한 살균제가 발명되어서 지상의 모든 균을 다 죽였다면 그 이후 태어난 인류는 제대로 살지 못하고 얼마 안가 모두 멸종했을 수도 있다. 


역설적인 내용이지만, 우리를 둘러싼 균들이 살아있어야 내 몸을 지키는 군대, 면역시스템이 온전히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글: 정가영(히포크라타면역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