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지키는 군인, 면역 세포

면역 시스템을 군대 조직에 비유하자면, 국방의 의무를 담당하는 군인은 바로 면역세포들 이다. 그렇다면 면역세포가 많을수록 면역력이 좋은 걸까? 꼭 그런 것 만은 아니다. 멍청한 군인 다수가 모인 군대보다 훈련이 잘된 소수로 구성된 정예부대가 훨씬 더 낫다. 


군인 중에도 육군, 해군, 공군이 있고, 각자 맡은 임무가 다른 것처럼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어 각자 맡은 역할이 다르며 그에 따라 우리 몸 여기저기에 배치되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면역세포의 종류마다 적절한 비율과 적절한 세포 수를 유지하면 된다.

 

우리가 건강검진을 받을 때 혈액검사 항목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 적혈구와 백혈구의 숫자와 비율이다. 이 중 백혈구가 바로 ‘면역세포’ 이다. 백혈구 중에는 무기를 소지한 무장군인과 자기 몸 자체가 무기인 비무장군인이 있는데 무장군인은 과립구와 비무장군인이 무과립구이다. 


과립구의 대표적인 세포들은 호산구, 호염기구, 호중구이다. 이 중에서도 호염기구는 비만세포처럼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을 과립으로 몸속에 갖고 다니다가 면역시스템을 자극하는 일이 발생하면 이 히스타민을 국소적으로 발사해서 혈관의 확장과 가려움증 등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기도 한다.


무과립구의 대표적인 세포가 바로 잘 알려진 NK세포(자연살해세포, Natural killer cell)이다. 암세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발견하면 바로 그자리에서 가차없이 삼켜서 잡아먹어버리는 무시무시한 놈이 바로 NK세포이다. 비무장군인이라고 해서 결코 약하진 않다. 


또 수지상세포라고 하는 무과립구는 외부 침입자나 암세포를 적으로 인식해서 그 정보를 군대에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맡는다. 면역세포라고 해서 모두 전쟁터로 나가 싸우기만 하는 것은 아니며 그 중에는 적군의 정보를 모으는 ‘정보국, 안보국’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세포가 따로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면역세포의 탄생 과정


내 몸 속 군인, 면역세포들은 골수에서 처음 태어난다. 골수에서 조혈모세포, 줄기세포가 분화되어 백혈구가 만들어진다. 만들어진 백혈구는 어디로 갈까? 


대한민국 남자들은 나이가 되면 영장을 받고 입대를 한다. 그런데 자대배치를 받기 전 꼭 보내지는 곳이 있다. 바로 훈련소이다. 민간인이 군인이 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듯, 이 면역세포들도 훈련을 통과해야 진짜 군인으로서 제대 배치를 받을 수 있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에도 훈련소가 있다. 특히 면역세포 중 암세포를 감지하여 사멸시키는 일을 담당하는 T림프구는 진짜 군인이 되기 위해 흉선(Thymus)라는 훈련소에 먼저 보내진다.


그들이 받는 주된 훈련의 내용은 공격의 대상인 적과 보호해야할 민간인을 구별하는 능력이다. 즉, 앞에 놓인 대상이 내 몸을 구성하는 세포 또는 영양물질인지, 내 몸에 위협을 가하는 존재(병원균 또는 암세포)인지 구별하는 것이다. 


이 흉선 훈련소가 논산훈련소와 다른 점은 이 훈련소를 통과해 진짜 군인이 되기 위한 경쟁률이 20:1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흉선훈련소에 왔던 미숙한 T림프구(pre-T cell) 중 95%의 세포는 기준 미달되어 탈락되고 5%만이 성숙한 T림프구가 된다.


만약 이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고 군인으로 자대 배치 된다면, 이 군인은 민간인을 적으로 오인해서 잘못 공격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것이 바로 자가 면역질환이다. 적과 민간인을 잘 구별하는 것은 온전한 건강을 위한 정예부대 면역세포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글: 정가영(히포크라타면역클리닉 원장)